세평 하늘길(승부역~양원역)
오늘은 세평하늘길 승부역에서 양원역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이라는 뜻이라는데 그 만큼 골이 높고 땅은 비좁다는 뜻이던가...
거리는 5.6km, 지리산 장터목에서 백무동 거리 정도 되겠네...
세시간 반정도 예상하고 간단한 간식을 챙겨 석포를 지나 승부역으로 향한다.

승부역으로 가는 길이 오래전에 놓여진 신작로겠지만 물길을 따라 가는 것이 백두대간 협곡열차 가는 길과 대충 비슷하게 뻗어있다.
경치가 좋아 몇번을 차를 멈추고 사진에 담아본다.



길이 원만한 곳도 있지만 거의 오프로드 수준처럽 좁은 계곡길도 지나고 다리도 몇개 건너고서야 승부역에 도착한다.



승부역 도착전에 이런 예쁜 다리도 놓여져 있고...

승부역에 도착 하였지만 아무도 없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은 백두대간 협곡 열차도 쉬는 날이기도 하고...
이곳은 아직은 이른 아침인듯...

투구봉 오르는 등산로도 연계하고 있어 걷고 오를곳을 모두 갖춘셈!

이른 아침의 승부역은 조용했다.


승부역 아랫쪽에 양원역 방향을 가르키는 이정표가 있어 길이 어렵지는 않다.

걸어야 할 길이 낙동강 줄기와 계속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
아직 해가 쨍하고 나오지 않아 약간 싸늘함은 있으나 걷기 딱 맞은 기온이다.
잠시 후면 기온이 많이 올라가겠지...

물길을 건너서니 본격적인 트레일이 시작된 듯 싶다.


자연스럽게 조성된 소나무길과 솔잎으로 주단을 깔아놓은 푹신한 감촉은 맨 아래에서 고생하고 있는 발바닥에 잠시나마 넉넉함을 가져다 주고...

자갈길과 바윗길을 번갈아 가며 평탄치 않은 걷는길이 피곤도 할까만은 걷는 내내 나에게 보여주는 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벅차오는 기쁨은 이 모든것을 용서하고도 남음이라....

아직 산중에서는 이른 봄이라 할 수 있으나 홀로 걷는 이길이 오늘 만큼은 나만을 기다렸을 것만 같고...

그래 나에게는 오늘이라는 시간이 있음에 뭐 그리 서두른다냐 잠깐 바위에 앉아 숨 한번 돌리고 걷지 뭐...

길은 철길을 따라 강물과 함께 주~욱 이어진다.


철길 아래로 걷는 길을 조성해 주는 마음이 고맙게 느껴진다.
이런 청량한 자연이 오랫동안 유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철길이 지나가면 옆길을 열어주고 철교를 만나게 되면 철교 아랫길을 내어준다.

이런 맛에 걷는지도 모르겠다.
걷는 자만의 그때 그때 느끼는 작은 행복은 일상으로 돌아가서 진한 여운으로 다가오는 것은 단순히 그리움만은 아닐게다.

거북이 발바닥 바위랜다.

비슷하게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이곳 저곳 산행을 하다보면 동물 형상 같이 생기면 무슨 무슨 동물 바위라고 표지석을 만들어 놨는데 어떤곳은 턱도없네? 할 만큼 비슷하지도 않는데 붙여놓은 곳도 여럿 보았다.



산과 강과의 경계를 데크길이 적당히 갈라주었네...
그래서 이 길의 주인은 사람이 되는것이지!


사람과 사람을 연계해주고 그래서 인연과 인연을 만들어 "살아감"이란 삶의 연속을 이어가게 하는 "길"...
흔하디 흔하게 보이는 것이 길이겠지만 억겁을 살아오면서 사람따라 만들어졌을 이 길들이 어찌 흔하다고만 할것인가?

결국 흘러 흘러 마을을 이루고 논 밭을 만들어 가며 사는 것!
그러므로 길은 곧 사람이네...





철길 아래 물길 가까이 붙어서 걷는 구간이다.


걸은지 두 시간이 휠씬 넘었는데도 마을하나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그저 앞으로 앞으로 주~욱 걸으랜다.

몇 시간동안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걷는길이 외롭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네

이곳은 출렁다리 구간...
나 혼자 걷는데도 출렁 출렁^^

평온한 길이 끝나고 여기서 부터는 산을 향하여 뻗어있다.
그러나 이 오름은 짧을거라 직감한다.

물 건너 우뚝 솓은 연인봉을 보여주려 이렇게 올라오게 했나...




걸어야 만날 수 있는 산일게다.
이리 한참을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이 기차 여행과는 다른점이겠지...


잠깐 오름길이 땀이 조금 맺쳤었는데 가끔씩 불어주는 짧은 바람이 청량감을 가져다 준다.



가다보니 이곳은 사유지랜다.
아마도 산양삼등을 농사를 지는 듯...


양원역이 40분 거리에 있는 듯...
자동차 회수 때문에 오는 기차 시간을 감안해서 걸어야 하기 때문에 멋 있다고 무작정 쉴 수만도 없다.



걷다보면 희미한 길도 만나기도 하지만 짧아서 주위를 잘 찾아보면 숨어 있는 길을 바로 찾을 수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가...
모두들 다 그리 사는것은 아니지만 예쁜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많기에 아직 우리 사는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이 아니겠는가?


오늘 걷는자의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글귀일세!



그래!
그래서 나도 걷고 있다!
이 길을...






양원역에 도착하였다.
7시 30분이 안되어 시작했는데 11시가 조금 못되어 도착했다.
나를 되돌아 가게 해줄 기차는 11시 53분차!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다.
전에 왔을때 역 주변으로 걷는 구간이 안내되어 있어 언제 나도 이 길을 걸어 볼 수 있을까나 했는데 그 언제가가 오늘일세!


이곳 양원역은 "기적"이라는 영화의 소재이기도 하고 나 역시 두어번 본적이 있어 그 영화의 여운이 생각나서인지 이 작은 간이역이 작게만 느껴 지지는 않는다.



이 작은역에 무궁화호가 정차한다고???
매표소도 없고 무인으로 운영되는 간이역...
하루 네번 정차한단다.


기다려 봐야지 뭐...

시간이 되니 정말 기차가 들어온다.
사람이 거의 타지 않을 것 같은 이 작은역에 무궁화호가 정차한다는 것이 신기 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승차하는 사람은 나 혼자...
안에 들어가보니 여기도 나 혼자...
역무원이 기차내에서 현장 발권 해 준다.
재미있는 현상일세...
그러나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하고,
주변에 몇가구 밖에 보이지가 않거든...

기차는 지금껏 걸어왔던 곳을 되돌아 가고 있다.
저곳에서 간식을 먹었던 곳이자 이번 트레일에서 유일하게 두 명의 사람을 만났던 곳...
이들은 나와 반대로 걷고 있었고 양원역에서 걸어온지 30분도 안되는 지점...


손살같이 지나가버리는 조금 전에 걸어왔던 구간들...
아름다움을 느낄 사이도 없이 지나쳐버리는 풍경...
걷는 재미가 이런거로 구나...
느려져야 비로소 더욱 잘 보이는 것!


백두대간 협곡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기차에서 바라보는 창밖 경치는 나름 분위기 있게 보이고 있지만 15분도 안되어 나의 목적지 승부역에 도착한다.



나는 3시간 30분을 걸었고만 열차로는 15분도 안되어 도착이라니...
시간을 도둑 맞은 기분일세...


기차는 그리 떠나버리고 승부역은 다시 조용하다.

나의 애마와 조우한다.
원점으로 회귀한 시간이 12시...
날이 많이 더워졌다.
이왕 온김에 산골물굽이구간도 걸어보자!
임기교를 찾아 출발!

임기교가 두 곳인데 첫번째 임기교부터 시작하고 싶었는데 두번째 임기교로 도착하여 이곳부터 걷기 시작한다.

이곳을 오는 구간에 벚꽂이 만개하여 벚꽃 터널길을 주욱 달려 왔나보다.

임기교에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이곳은 아침에 걸었던 구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자연 그대로의 길인듯...
그런데 너무 덮다!

이곳은 진짜 원시 그대로의 모습?
정리되지 않은 비포장길...
대체 어디를 향해 나있는 길인가?

임기댐까지 걷다 돌아오기로 한다.
덮다!
겁나 덥다!
이제 봄인데 이리 더우면 어찌할꼬?

새순들이 이제 하나 둘 움트고 있는데 말이다.

잔잔한 물길은 곧 댐이 나올거라는 것을 직감하고 밋밋한 숲과 호수...
특별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봐줄만한 꽃무더기도 없다.
오전 스케쥴이 너무 스펙타클 했나?



임기댐 아래 물 건너는 곳에 도착하니 시야가 확보된다.
잠시 앉을만한 벤치도 없고 마을 입구 주차장에 화장실이 있으나 관리되지 않고 있고...
내가 가본 화장실 중 가장 더러웠던 곳!
마을의 분위기가 가늠되는 부분이다.


돌아가자!
덮기도 하고 화장실 갔다가 마음 상하고...
괜히 왔나 싶기도 하고...

오늘 도보 여행은 이것으로 마무리 하기로 한다.
내일은 기차로 동해쪽으로 넘어가 초곡 용궁촛대 바윗길을 걸어 볼까나...
휴양림에 돌아가 정보를 더 확인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