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하늘길 2(양원~승부구간)
영주역에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7시 58분 무궁화호를 이용하여 봉화로 들어갔다가
트레킹 마치고 승부역에서 다시 이곳 영주역으로 돌아오는 스케쥴이다.
숙소에서 이곳까지 5분 정도 걸어 오는데 아침공기가 상쾌하다.

영주역의 아침은 조용하지만 생각보다 기차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맗아보인다.
아마도 이곳은 KTX, ITX가 정차하는 역이어서 서울로, 강원으로 대구 부산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까?
아뭏든 사람들이 적지않네..


내가 탄 기차는 1시간 넘게 달려 백두대간 협곡 구간인 분천역에 도착하고 그렇게 한정거장을 더 달려 양원역에서 하차한다.
분천에서 양원구간을 걷고 싶어 떠나온 여행이었으나 안타갑게도 아직도 통행불가!

어제 군청 직원에게 몇번을 확인 해 보았는데 아직 개통을 못했단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렇게 양원역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는 트레킹...

기차는 또 나 홀로 내려놓고 동해를 향해 출발 하였고 나는 여기서 부터 걷기 시작한다.
지난주와는 반대쪽으로 걷는다는 점이 다른 점이고...


대합실도 가보지도 않고 걷기를 시작한다.
오늘은 시간도 넉넉하고 12시 30분까지 승부역에 도착하면 되니 최대한 여유롭게 걷기로 마음 먹는다.


지난주 내린비로 수량도 많이 늘어나고 유속도 제법 빠르다.



겨울에 왔다면 이 눈사람들이 더욱 더 반가웠을텐데...




눈길이 닿는 곳 마다 신록으로 가득하다.
지금 이 시기에나 이렇듯 이쁘게 보일테고 5월 중순만 가도 신록은 녹음으로 변할테고...

계곡은 천을 만나고...
천은 강을 만나고...
강은 바다를 만나고...


봄에 피는 들꽃들도 지난주 보다 훨씬 많이 얼굴을 내밀었다.



누군가 그랬다.
너를 힘들게 하는 것은 저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이 아니고 지금 네 신발속의 작은 모래알 하나가 너를 더 괴롭히는 것이라고...
그렇다!
사는 것이 다 그렇듯 크고 굵직한 일보다는 작은일로 감정이 다치는 것이 속이 더 상한다는 것을...


철길은 물은 건너가도 산을 넘지는 않는다.
이 백두대간 구간은 유난히 터널이 많은 까닭은 산이 많아서 인가?
산이 높아서 인가?



연인봉도 일주일만에 조우하고...

출입금지 구간도 통과하고...

출렁다리도 잘 버텨주고 있고...

자연의 시간은 오늘도 어제처럼 유유히 흐르고 있다.


오늘은 트레커들이 많은 편일세...
반대쪽에서 시작한 사람들이 다수...
수녀님도 오셨네...
아침에 기차안에서 본의 아니게 갱상도 아제들의 대화가 들려 듣다가 웃겨 죽는 줄 알았네...
"거 여자 중들만 있는 절이 어디더라?"
"여자중이 뭐대?..."
"암중이라 해야제..." 높임말을 써야제.. 수녀님 맹기로...
"그게 무신 소리고..."
"맟나?"
다른 한분...
"야이 무슥한 자슥들아 비구니 아이가 비구니!"
재미있네 기차여행!

오늘은 늦게 시작해서인지 덮다.
그늘쪽을 걸을때는 괜찮은데 양지쪽은 땀이 삐질삐질...
느긋함이고 뭐고 더워서 빨리 끝내야 할 것 같다.


걷는데 기차 오는 소리가 들리네...

기차와 나란히 걷는 것도 처음일세...

사람이 타는 기차였으면 손 흔들어 주려 했는데...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협곡을 이루고 흘러내리는 계곡수는 그새 강물과 합류하여 낙동정맥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개복숭아 꽃들도 죄다 피어 온 산이 분홍 저고리를 입은 듯..
꽃이 피었을때는 눈에 그리 잘 띄더고만 꽃이 지면 어디에들 꽁꽁 숨어 있는지...
도통 보이지가 않는다.



그늘 구간에 이르렀네...
승부역이 지척이라는 거지!
오늘도 걸어 걸어 내 가고자 했던 곳까지 다 와 간다.


저 다리를 건너 조금만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승부역!
하지만 땡볓이다.
그늘에서 숨 한번 고르고 출발한다.



영암선(영주~철암간) 개통 기념비란다
그도 그럴것이 산과 산으로 가로 막혀있던 도시간의 길이 어디 있겠냐만은...
당시에는 대단한 뉴스거리가 되었을법 하네...

도착!
이곳 승부역에는 음식을 파는 작은 매점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관광 열차가 정차하기 때문이겠지만...
1시간의 여유가 있어 간단히 요깃거리를 찾아본다.

쥔장이 메뉴를 추천 해 주신다.
걷고와서 무엇인들 맛 이 없겠나...
나물전과 막걸리 한잔으로 점심을 대신하기로 한다.
막걸리는 쥔장이 마셔보라 해서 잔술 한잔 먹기로 한다.

점심이 거의 끝날 무렵 관광열차가 들어왔다.
할머니들께서 20여분 타고 오셨다.
비교적 얌전한 할머니들일세...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열차를 타고 기시네...
나도 30분 후면 영주행 열차가 도착 할 것이고 이것으로 이번 봉화,영주 여행은 마무리 해야 할 것 같다
대중교통으로만 여행길을 찾아다니는 여행은 30년만에 처음 아닌가?


오월 초 연휴때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거라 예상되는데 날씨가 벌써 더워져서 그닥 유쾌 하지만은 않을 듯...
보기 좋을때 걸어서 다행이다 싶고 가을 단풍들면 그때는 꼭 완주하리라 마음먹고 영주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