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엔 일정이 예측이 안되어 아직 단풍이 들기 전이지만 지난 봄에 마음 먹었던 가을 세평하늘길을 걷고싶어 봉화행 일정을 잡기로 한다.
내려 간길에 세계에서 두 곳 뿐인 노아의 방주 Seed vault(씨앗+금고)가 존재하는곳,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도 들려 수목원도 돌아보고 깊어가는 가을날 정취도 느껴볼겸 그곳부터 방문하기로 한다.

저녁 나절에는 이곳에서 클레식 연주도 한다하니 오늘 저녁은 가을에 흠뻑 취할 것 같아 설레이기도 하다.


숲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숲속을 걷고있는 내 자신을 생각해 보면 숲은 오래 머무를수록 마음의 평온함을 가져다줌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무성하기만 했을 숲 한구역을 많은 사람들이 걸을 수 있게 조성하고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아름답게 만들고 모이게 하여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간섭받지 않는 마음의 안녕을 느끼게도 하여 "힘듬"이나 "시련"이 찾아왔을때 숲을 걸으며, 산길을 걸으며, 숲속에서 살고있는 나에게 아무런 간섭도 하지않는 생명체들을 보면서, "어우러짐"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평정심을 되찾고 걸어야 할 방향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이 숲길들이 나에게는 작은 피난처라 해도 틀린말이 아닐듯...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라던가..... 국화과 꽃들이 한참이다.
여름꽃들은 이제 다 물러가고 가을의 전령인 쑥부쟁이들이 한참이다.


억세들도 이제 하나씩 양지바른 순서데로 피어나고 있고....

이미 하늘은 높아져 구름과 하늘의 경계가 또렸하고, 잎세의 붉은 홍조는 머리 위부터 물들어 오는데 누가 이렇게 밀려오는 가을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멀리 보이는 산능성이는 아직은 지난여름의 당당함을 보여주지만 내 눈이 머무는 발아래 초목들은 벌써 가을색으로 갈아입고 있거늘 누가 가을이 오지 않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으랴....
이곳이 이 수목원에서 제일 경치가 좋은 곳이라나......
해발 400m 높이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 능선은 이제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다.

여름처럼 화려함은 없어도, 여름처럼 싱싱함은 없어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표정은 왜이리 넉넉해 보이는 것인지.....
세상 모든 사람들의 모든 일상을 저런 표정을 지으며 살 수는 없는 것일까?

평일 오후 수목원의 길목들은 한적하다.
수목원의 계절은 사람들의 오가는 발자욱에 조금씩 묻어와 조용히 그리고 소리없이 물들어 가는 듯 싶다.

한여름에 꽃을 피워 벌 나비의 수고로 수정을 하고, 그리고 가을엔 이렇게 노오란 열매를 맺어 소중한 씨앗을 과육으로 살포시 감싸 안았다.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지.......
누가 가르켜 주지도 않았는데 본능적으로 무엇이 제일 소중한지를 식물들은 정해놓았음이 너무나 신비롭다.
씨앗보다 더 소중한게 무엇이 있을까?

1mm도 안되는 개별꽃들을 모아모아 노오란 다발꽃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런 국화과들의 생존 전략은 참으로 신기하지 않던가?

패랭이 꽃잎의 날카로움도 쑥부쟁이가 선택한 보랏빛도 가을에 유리한 색으로 승부수를 띄운샘인가?

붉은계통의 색깔과 꿀색인 노오란 색의 배열이면 이보다 더 완벽한 색의 배열이 있을까?

이런 다리를 건널때마다 건너편에는 주제가 다른 수목들이 식재되어 있어 저 넘어에는 어떤 수목들이 모여 있을지 궁금함을 자아내게 한다.
비밀의 정원으로 넘어가는 다리처럼 말이다...

이 물줄기는 그저 관상용으로만 역활을 하는것이 아니고 이곳 주변의 고산 영역대에서 자라고 있는 생명들의 습도와 물을 공급해 주는 역활을 한다고.... 그래서 그런지 분수 주변에는 추운곳에서 자라는 구상나무들이 많이 식재되어 있다.

목련!
이른 봄에 흰꽃으로 찾아와 웅크리고 살던 사람들에게 봄이 왔노라 고해주었던 백목련들도 꽃을 덩어리째 떨궈내버리고 튼실한 이파리를 틔워 여름내내 제 할일을 다하고 단풍을 통하여 월동준비를 하는 모습은 이제 곧 불어닥칠 엄동설한을 견디어내야 내년을 기약할 수 있기에 나무는 우리가 인지하기 훨씬 전부터 조금씩 조금씩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가을나비와 벌들이 엄청 바쁘다.
여름철보다 훨씬 줄어든 일조량 속에 피어난 꽃들은 최대한 벌 나비를 유인하기 위해 경렬한 색으로 승부수를 띄우는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 싶다.

해질녁에 만난 이 고양이 녀석은 이곳이 제 영역인지 나를 보더니 꼼작하지 않고 저렇게 서 있다.
비키라는 것인지, 비켜가겠다는 것인지,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능청스럽게 한참을 저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가 내가 다가가니 그제서야 방향을 바꾼다.


불빛이 들어오고 오늘 하루 볓도 뉘엇뉘엇 저녁 어스름에 자리를 내줘야 할 시간이 다가온듯...
길가에 초입부터 조성된 돌배나무는 배꽃이 피는 4월쯤 꼭 한번 보러 오랜다.
꽃이 장관이어서 멋있고, 돌배의 달콤한 향이 사람들의 마음을 홀딱 빼앗아 간대나.....


사람없는 거울 연못은 사람대신 간간이 지나는 가을바람에 소스라 지듯 작은 물결을 일으키고.....
물속에 비친 저 구름은 비를 몰고 올련지, 아니면 따스한 가을 햇살을 데려 올런지 도통 알 수가 없네.....
내일을 기다릴밖에...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 하루 저녁나절은 뉘엇뉘엇 그렇게 어둠을 부르고 있다.


오지라는 지역적인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는 방편으로 백두대간과 호랑이를 관련지어 이 수목원을 홍보하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랑이로 시작하여 호랑이로 끝나는 한계성에 많은 유감과 씁씁함을 남겨버렸다.
지구에 재앙이 온다해도 이곳에서 보관하고 씨드볼트 때문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 백만종의 씨앗을 보관함으로써 수 많은 종의 생명을 유지하고 보존할 수 있는 중요한 역활을 하고있는 이 수목원의 가치는 온데간데 없고 이곳에 오면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이 너무 부각되어 이 씁슬하고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다른 수목원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성을 느꼈고 꽃피는 봄부터 흰눈 덮힌 겨울까지 계절마다 매력이 넘치는 이곳이 거리가 멀다하여 걸음을 멈추는 일은 바보같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여행이었나보다.
'다녀온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5년 가을 세평 하늘길 (0) | 2025.10.26 |
|---|---|
| 세평 하늘길 비동역 가는길 (0) | 2025.10.25 |
| 꽃무릇 정원 (0) | 2025.09.24 |
| 진천 만뢰산 계곡 번개 (0) | 2025.08.10 |
| 토왕성 폭포 번개 (0) | 2025.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