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겨울 지리산을 걷기로 마음을 먹고, 벽소령 대피소와 장터목을 예약을 했다.
알프스 계획도 있고 해서 굳이 비박장비를 꾸려 베낭 무게에 적응 해 보기로 마음 먹고, 아이젠이며, 장갑,모자에 방한복, 침낭등을 꾸리니 80Kg베낭이 꽉 찬다.
무게는 얼추 18~20Kg은 나올 것 같고..
이 장비를 메고 겨울 눈 쌓인 지리산을 걷는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트레이닝이라 생각하고 걷기로 했다.
투표를 마치고 7시 30분에 광명역으로 출발한다.
8시 30분 기차로 시간을 앞당겨 남원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홀로 기차 여행이다.
한적하고, 심난한 마음이 교차하지만 이 시간부터는 산행 일정만 생각하기로 애써본다.
단골인 장터목 택시 아저씨께 인월에서 만나기로 하고 남원역에서 인월까지 택시와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인월에서 장터목 아저씨와 조우한다.
음정까지 가는 길이 참으로 좋다.
지리산 둘레길의 일부이긴 하지만 자주 지나던 곳들이라 정겹기만 하다.
음정에 도착하니 1시.
1시 10분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음정은 벽소령까지 6.8Km. 군사 도로여서 지리한 오르막길이 연속, 벽소령까지 3시간여를 계산하고 걷기 시작한다.
길 바닥은 눈이 쌓여 있으나 아이젠을 신지 않아도 걷는데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눈길.
볒이 드는 양지는 질퍽 할 정도,
그러나 베낭 무게가 있어서 인지 속도는 느릿느릿, 베낭에 적응하려 애 쓴다.
비박장비를 메고서는 두 시간 이상 걷는 걸 자제하는데 오늘부터는 3일간 죽자사자 걷는 일 밖에...
쉬업쉬엄, 이 생각 저 생각.... 될 수 있으면 머리아픈 일보다는 즐거운 일들을 생각하며 고도를 높여간다.
해발 1,000m가 넘어가니 눈길이 얼음길로 바뀐다.
한층 가파러진 길을 조심 조심...
4시가 다 되서야 벽소령으로 들어가는 깔딱고개가 나타난다.
4시 30분
벽소령 대피소가 반갑다.
평일이라 사람도 없고 땀으로 푹 젖은 옺을 갈아입고 싶은데 자리 배정을 아직....
대피소 직원이 내 꼬라지를 보고 방송을 한다.
날씨가 추워 30분 먼저 방배정을 하겠다고....
기껏 대피소 방문자가 여섯이 다다
솔로 두 명 둘이 두팀.
아마도 모레 새벽 천왕봉까지는 같은 스케쥴이 될 듯....
해 떨어지기 전 일찌감치 저녁을 해 먹고 나니 달리 할 일도 없고, 고단해서 일찍 잠이 올 것 같은데 잠도 않온다.
산속에서는 8시면 소등을 하기 때문에 잠들지 않으면 정말 긴긴밤이 지겨워 진다.
벽소령의 밤하늘을 보니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쏟아지는 별을 봤다.
저 별들을 보고 싶어 애써 비박도 하지만....
시간이 넉넉해서 낼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4시간 정도 예상한다.
아침을 먹고 걷기 시작한다.
벽소령에서 같이 머물렀던 젊은 친구 한명이 다리가 아프댄다.
아이젠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니 아이젠을 벗게 했다.
많이 아프면 무릎보호대를 빌려주겠다 했더니 걸어보겠단다.
날이 생각보다 푸근하다.
산그림자가 멋드러지게 펼쳐지고 바닥은 눈이지만 나뭇가지는 앙상하기만 하다.
명선봉에 가까와지니 제석봉과 천왕봉이 보인다.
저 아래 청학동도 보이고...
"Trust"
이 놈은 이곳 터줏대감인 모양인데 사람이 앉아 쉬면 주위를 맴돈다.
먹을 거 달라는 예기겠지
이 겨울 먹을것도 없을테고, 사람들이 빵조각이며, 땅콩이며..
계속 던져 줬을텐데 야생이기 보다는 사람에게 길들여 지지 않았을까?
오후 1시 30분이 넘어서 세석에 도착했다.
이제 저 형제봉을 넘어서 장터목 구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간....
두 시간여를 가면 장터목.
오늘 분량은 여기까지..
겨울 연화봉을 바라 보는 건 처음이다.
제일 좋아하는 View Point다
밋밋하다.
추워서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장터목으로 향한다.
장터목에 5시 다 되어서 도착한다.
일기예보로는 낼부터 비가 온대나....
아마도 일출은 보지 못할 듯.
베낭무게 때문인지 피로도가 훨씬 높다.
일출이 없으면 천왕봉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는데 아쉬울 것 같아 예정대로 오르기로 마음 먹는다.
장터목 대피소는 당일 산행도 많이 오는 곳이라 사람이 늘 북적댄다.
벽소령과는 달리 장터목은 물 사장이 그리 좋지 못하다.
150여 미터를 내려가서 물을 떠오는 것이 쉽지 않다.
바닥은 얼어붙어 아이젠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
아침까지 해 먹고 나니 물이 얼마남지 않는다.
5시 30분에 해드랜턴에 기대어 제석봉으로 향한다.
기상이 악화되어 눈보라가 태풍 수준이다.
칭칭 감고 오르다 보니 쌓인 눈에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아침을 짜게 먹었는지 목이 많이 탄다.
바람에 쌓인 눈을 한웅큼씩 씹어 먹는다.
40년만에 먹어보는 눈이다.
이렇게 시원하고 맛이 있었던가....
눈맛이 꿀맛이다.
7시쯤 천왕봉에 도착했지만 기상악화로 단 5분도 서있을 수가 없다.
바람때문에 사진한장 찍기도 어렵고 찍어달라 하기도 어렵다.
계속 있을수가 없어 하산을 시작한다.
동이터오르고 제석봉에 도착했을때는 날이 훤하게 밝았다.
대피소로 들어와 젖은옺을 대충 말리고 베낭을 꾸렸다.
눈보라에 길을 찾으며 내려갈일이 심난하다.
행동식으로 초콜렛과 비스켓, 그리고 이온음료를 사서 하산을 시작한다.
아마도 물부족으로 내려가면서도 눈을 한참 먹어야 할 듯..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 만큼 이온음료를 구입하였다.
예상했듯이 하산길이 장난이 아니다.
얼어버린 길위에 새벽부터 눈이 발목까지 쌓여 여간 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신경을 발밑에 두고 내려오는데도 엉덩방아를 몃 차례.....
소지봉을 지나 참샘까지 내려오는대는 정말 압권이었다.
이 구간을 열 댓번도 더 내려왔서 구간구간 잘 안다고 해도 눈이 덮히니 등에 땀이 줄줄 ...
걷는다는 것은 결국 그 시간만큼 걸어야 끝이 보이는 법.
4시간을 내려오니 백무동이 보인다.
백무동에 내려오니 바리케이트가 쳐있다.
금일 입산통제란다!!!
이렇게 2012년 겨울 지리산행은 마무리 되었다.
사고없이 산행을 마친게 다행스럽고,
발바닥이 뜨끈뜨끈 한 것이 두어 시간만 더 걸었어도 물집이래도 잡힐 지경이었다.
눈이 많이 쌓여 교통편이 만만치 않았으나 결국 인월에서 시외버스들이 도착을 못해서
택시를 잡아타고 남원역으로 내달리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만만치 않은 겨울 지리산행이었지만 무게와의 트레이닝에서도 만족했고,
자주 산행을 못해서 걱정도 되었었지만 아직 체력이나 다리 근육이 평소와 큰 차이 없이
걸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던 산행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