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의 암봉 을 넘어야 한다는 팔영산
언제 내가 고흥땅 까지 와서 팔영산을 타보겠나
휴양림에서 오르면 정상인 깃대봉까지 1시간이면 오를 수 있으나 1봉에서 7봉까지는 패스해야 해서 휴양림에서 나와 능가사 쪽으로 이동하여 등산을 시작하기로 한다

야영장이 조성되어 있으나 겨울이라 운영을 안 한다나
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꼭 야영하고 싶겠다 싶다
등산로 초입이 야영장 바로 앞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8개 봉우리를 작은 비석으로 표시 해 놓은 아이디어가 깜직하다

혹시몰라 오늘의 코스를 사진에 담아둔다
유영봉을 시작하여 8봉 적취봉을 지나 이 산의 정상인 깃대봉 까지 는 보통 5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런다

평일 아침시간 산객이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9시에 등산을 시작한다

1시간 정도 사부작 사부작 오르다 보니 유영봉이 눈에 들어온다

40여분 올라온 것 같은데 유영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런 바위산을 계속 넘어야 할 것 같고 넘어가야 할 길들은 저 바위산에 밖힌 급경사 사다리 길 같은데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다려 줄지 궁금하다

유영봉을 조인한다
섬지역 산들이 그렇듯이 해발은 낮아도 해발 zero부터 시작하기에 생각보다 힘겨운 코스가 많고 풍경이 수려하다는 공통점이 있는것이 섬지역 산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이곳 팔영산도 예외가 아닌 듯...

5봉 6봉까지 오르락 내리락이 힘겹다고들 후기에 올라와 있다



계단의 경사도 쎄고, 대둔산의 계단이 대단하다 그러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곳 팔영산 계단이 훨씬 쎈듯...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이 산을 오르는 것은 불가!
바위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큰 문제 없겠으나 그냥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산은 비추!

계속 봉우리들을 넘는다.



저 산에도 계단이 조성되어 있어 넘어 가야 한다
계단이기 보다는 사디리라 표현하는 게 맞을 듯...

저 잘생긴 봉우리는 천사봉이랜다
이 곳 능선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는 다른 능선의 산이다


눈에 보이는 봉우리는 다 넘어야 한다
저 철계단길을 걸어야 한다고?
홍천에 있는 팔봉산은 이 산과 비교하면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봉우리를 오르 내리면서 산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는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오르기 쉽다고 자만하는 편도 아니고 힘들다고 싫어 하지도 기피 하지도 않고 깊은 숨 몰아쉬며 올라가더라도 피하기 보다는 차라리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하는 마음...
빠른 걸음으로 스스로 시간을 단축하려 하지도 않고 다만 원하는 공간에 좀더 오래 머물고 싶은 아음, 산을 걷고 싶어하고 걷고 있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 내 취향은 내가 생각 해봐도 나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산이 나를 밀어 내지도 끌어 안아 주지도 않지만 그저 그곳에 서면 평온함을 느끼며 자꾸 뒤돌아 보는 것은 힘겹게 걸어온 내가 대견하고 귀찮음과 타협하지 않고 마음 먹은 것을 실천하는 내 지신과의 기준을 지켜내는 그런 내 산 사랑은 적어도 하루 하루 최선을 다 하며 살아야 하는 최소한의 이유를 이런 산에서 찾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우뚝 솓은 이 봉우리들은 한 세대가 휠씬 지나도 저 모습 그대로 그렇게 사람들을 맞이하겠지...
다만 사라지는 것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겠지만...


봉우리에 새가 볼일을 봐 놨다
새끼들, 이 곳이 화장실인 줄 알았나?

봉우리와 봉우리를 넘어가는 길이 스펙타클 하다
경치가 시원 시원 해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쉬엄쉬엄 진행하지만 불어대는 바람에 쉬지는 못하겠다






걸어온 봉우리들을 돌아본다
암릉을 가진 산들이 그렇듯이 시원시원 하다

중턱에 내가 머물고 있는 휴양림 숙소가 보인다
저 곳에서 올라오면 40분이면 이 능선에 도착할 듯 싶지만 팔영산 봉우리들의 수려함을 느끼지 못하겠지
그러나 하산길에는 700m만 내려가면 숙소인데 자동차를 회수해야 해서 3.8km 걸어 내려가야 한다니...
순간 본전 생각이 나네...
그러나 걷고 싶어 왔고 팔영의 면은 다 봐야 할 것 아닌가?
지금까지 내가 가본 휴양림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듯..

멀리 깃대봉이 보인다


통천문은 지리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네...
지리산 통천문도 지난주 지나갔었는데...





마지막 8봉이 눈 앞에 보인다
쉬지않고 걷다보니 두 시간만에 이 곳까지 왔나보다
시계가 잘못되었나 싶었지만 몰아치는 바람때문에 쉬는 시간없이 진행하다보니 빨리 진행되었나 보다

자연 휴양림이 지척에 있다
참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길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깃대봉 가는 길은 여느 등산로 처럼 편안한 길이다

저 능선을 다 넘어온 샘이네..
사람 다리의 한계가 어디인지...




종착지에 도착하여 사진 한 장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워 평평한 돌에 전화기 세워 놓고 기념사진 한 장 찍어본다

고흥을 휴가 때 몇 번 온 것 같은데 이리 촘촘히 돌아본 적이 있었던가?
나에게 시간이 넉넉한 것이 보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음이 퍽이나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요즘에 말이다

초입부터 눈에 띄었던 천사바위도 이곳에서는 멀찌감치 보인다

이제 몇 시간동안 푹 빠져버렸던 시간도 마무리 하고 산 아래 사람사는 세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먼 바다에 해무가 몰려 온다
눈이 오려나...

응급 환자 발생 시 처치하라는 공간으로 작은 쉼터를 만들어 놨다
공원측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5분 거리 아래에 이런 공간이 하나 더 있다


30 여분 내려오니 편백숲이 나를 반기고 하늘에서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임도에 살포시 눈이 쌓이고 있으나 많이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미끄럼을 주기는 충분하기에 앞발에 힘주어 집중하며 하산 한다


다 나려왔다 생각보다 평이한 내림길이었다
고흥 팔영산!
처음 찾는 초등이었지만 충분히 잘생긴 미남형 남자 산임은 틀림없다
언제 또 찾을런지 벌써 아쉬움이 남는다.
내일 휴양림에서 한 번 더 올라볼까나?
4시간의 팔영산 산행은 이렇게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