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느낌

덕적도 여행(2)

주대감 2025. 3. 13. 12:45

오늘이 벌써 세쨋 날 섬을 나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안개로 시작한다.
사흘간 머무르며 안개가 섬을 삼켜버려 일출도 못보고 일몰도 보지 못했다.
이 또한 나의 운이겠지만...
그래도 바람이 없어 뱃길 끊기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몽환적이어서 좋기는 하나 오늘 뭐 하지?
안개가 방해꾼이 될 것 같은데...
아침을 먹고나니 안개가 물러가기 시작하고  햇살이 비춘다.
이런 날씨라면 어제 해무 때문에 제대로 못 본 바갓 수로봉을 다시 가봐야지...
텐트를 철수하고 바갓 수로봉으로 향한다.

아름답다.
수로봉 가는 길에 아침 햇살이 비치는 해변이 아름다워 차를 세우고 사진으로 담아둔다.

수로봉입구는 야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주말이 되면 사람들이 적지않게 찾을 듯 하다.
지금은 물론  "야영 취사 금지"라 표시 되어 있지만...

바다쪽으로 내려간다.

누군가는 이곳을 덕적의 제 1경이라 이야기 한다.
그 만큼 풍광이 수려하다는 이야기겠지만...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시원스럽게 바다가 열려있다.

저곳이 문갑도 정도 되겠다.

바다속에 고기가 많은지 무슨 새인지 모르지만 물고기 사냥에 정신이 없다.

환상의 섬을 이럴 때 부르는 것인지 문갑도가 몽환적이다.

홀로 이 봄날의 따사로움과 몽환적인 섬 풍경을 즐긴다.
살짝 살짝 부딪치는 옅은 바닷 바람이 봄이 벌써 도착하였음을 고하는 것 같고,
이 넉넉하고 한적한 시간이 니무 편안하다.

이곳을 용담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용이 목욕을 하던 곳이라 이런 이름을 지었대나 뭐래나...

이곳 작은 언덕에 푸른 잔디로 색이 바뀌면 바다색과 잘 어울려  지금보다 더 이쁠 것 같기도 하고...

어제 안개가 아니었으면 이곳에서 일몰을 지켜 봤을텐데 조금은 아쉽다.

수로봉에서 나와 벗개 저수지를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바다와 저수지가 붙어있는 것도 흔한 풍경은 아닐 듯...

새순이 올라오면 걷는길이 싱그럽겠다는 생각도 들고...
지금은 겨울이 물러나고 봄이 시작하는 시기인지라...

둘레길이 세련되거나 엄청 멋들어진 그런 길은 아니지만 그냥 저수지를 돌아볼 수 있게 작은 오솔길 같이 조성 해 놓은 점이 자연스러운 것 같다.

저수지 옆 바다라...
저수지 옆이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지형이 참으로 특이하다.

이 오솔길은 제 할일을 다 하고 있는거지...
그간 꽁꽁 얼었던 흙이 푸석한 느낌은 있지만...
이 계절에 그런 길이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저수지 둘레길 중간에 정자를 만들어 놓았다.

아무도 없는 곳들을 걷다보면 듣고가던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불러도 되고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가 나오면 언제든 사진에 담아도 되고...
자유로움!
한참을 잊고살아 와서 몸에서 익숙하지 않은 이 자유로움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섬이 작지 않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면적에 비해 사는 사람들은 그닥 많지 않은 듯...
식당들은 주말이나 되어야 문을 여는지...
선착장 앞 몇 군데 들만 문을 열고 있었나 보다.

이 구간은 데크길을 만들어 놔서 걷는 느낌이 지금까지 걸었던 흙길과는 다소 다르다.
데크가 주는 느낌은 시골에 들어선 아파트 같은 느낌이라 할까....

1시간여를 걸었나...
벌써 끝이네...

산불방지에 동원된 동내분이 계셔 몇 마디 말을 섞어본다.
주변에 소나무가 많이 죽었다고...
손 볼 산이 많다 그러신다.

벼 건조장이 왜 이 외딴 곳에 지어졌을까?
다른  자료를 검색해보니 예전에 이곳에 쌀이 귀해 이런 벼를 수확하여 건조할 수 있는 건물을 지어 줬다한다.

이 섬의 마을들은 마을 마다 지붕의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마을은 보라색..
서포 해변은 파란색...

방파제 옆 포장도로를 걷는다.
산불방지 나온 어르신이 밑으로 걸으랜다.

그 이유를 알았다.
제방길은 정비가 되지 않아 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느 지역을 가던지 화장실들을 눈여겨 보는데 이곳 화장실도 잘 관리되고 있다.
청결함도, 휴지등도  어딜가나...
선진국  이라 할 수 있다. 화장실 문화를 보면...

며칠 전에 다녀온 코타키나발루는 어땠던가?
잘 사는 나라라 하지만 선진국이라 이야기 하기는 조금 부족한 것 아닌가?

점심 나절에 소야도를 다시 찾았다.
낙지를 잡는 마을 사람인지 낙지 구멍을 찾는 듯 하다.

파기 시작한다.
낙지 잡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멀리서 봐도 숙련도가 쌓여있는 포스!
바다 사람은 바다에 적응 하며 그리 살아가는 거지...

장군바위 란다.
장군이 있었는데 부정을 타서 바위로 굳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댄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 곳을 다시 들여다 본다면 오늘의 이 넉넉함과 포근한 바다 분위기가 많이 생각 날 것 같기도 하다

작은 섬들을 돌아보고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나는 시간...

바닷가 끝에 작고 예쁘장한 찻집이 있어 차 한 잔 하러 들어가 앉았다.
배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 이 곳에서 시진들을 블로그에 정리도 할겸 자리에 앉아본다.

실내에는 동내 아줌씨들이 넷이 모여 있다.
그저 생활 수다...
잠시 뒤 아줌씨 넷이 더 들어온다.
이 곳은 거의 시장바닥 수준^^

바깥 의자에 앉을 걸....
야옹이 네가 부럽다 야...
네가 이 넉넉한 오후 한나절을 제대로 즐기는 것 같다 야....

안개 때문에 30분 지연된다는 메세지가 왔지만 여러 섬을 들렀다 가는 여객선이어서 1시간 먼저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선적 대기 차량이 벌써 늘어서 있다.

소야도 넘어가는 연육교...
어제는 안개 때문에 보이지도 않더구만...

2박 3일의 덕적도 여행을 이렇듯 마무리 한다.
덕적도는 굴업도를 가기 위한 배를 갈아타는 중간 섬으로만 생각했는데 차량을 선적하여 들어 오길 잘했다 싶다.
구석 구석 섬들을 걷고 돌아보고...
만족도 높은 여행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과 자동차를 실은 카페리는 출발 예정시간을 40분을 넘겨서야 섬을 출발했다.

오늘 여객선은 대기선이어서 이작도와 승봉도를 들렀다 오기 때문에 도착시간이 1시간여 더 소요되는 것 같다.
기상여건 때문에 대기선이 출항 한듯...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 도착할 때 즈음 해는 벌서 서쪽 바다밑으로 내려 갈 채비를 하고 있다.
오늘 하루도 긴듯 짧은 하루가 그리 지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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